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향수 / 정지용
황금수
2019. 3. 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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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회 돌아 나가고
얼룩 백이 황소가
해설 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 섶 이슬에 함추럼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소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향수)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