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수 2019. 3. 8. 10:10

 

 

 

 

넓은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회 돌아 나가고 

얼룩 백이 황소가 

해설 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 섶 이슬에 함추럼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소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향수)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