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사 / 이은상 ♛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 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뎅그렁 울릴 제면 더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 젠 또 들릴까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 이은상(성불사) - 10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20.03.29
고지가 바로 저긴데 / 이은상 ♛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위적 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핏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 이은상(고지가 바로 저긴데) - 9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20.03.29
가고파 / 이은상 ♛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라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내 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20.03.29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대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뜰엔 호랑나비 떼. 버들 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대나.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구 섯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끊였다 이어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 김동환(산 너머 남촌에는) - 7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20.03.29
모란이 피기 까지는 / 이은상 ♛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 ㅎ 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 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모란이 피기 까지는) - 6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20.03.29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 김영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 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 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 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김영랑(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 5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19.11.24
고향 / 이하윤 ♛ 새처럼 날개 있다면 훨훨 날아 다녀오리 가다 오다 외로운 나뭇가지에 쉬며가리 자고 오리 아! 그리운 고향이여! 아름다운 산천이여! 바람 되어 불면서 가리 영을 넘어 다녀오리 들을 지나 다녀오리 바다 멀리 몰아넣고 쓸어 넣고 고향하늘 돌고 오리 우리고향 불고오리 물에 사는 고기라면 강물 오르고 내리고 내 동리 맑은 물에 놀고 오리 숲 밑에 쉬고 오리 돌 틈에 자고오리 꿈에 지닌 거울이여 추억을 비춰보라 나는 햇살을 뿜으련다 개라도 다녀올 곳 고양이도 다녀올 곳 산천엔 변함 정녕 없으리니 강토는 짓밟혀도 거울마저 흐려도 우리마음 맑고 굳고 우리 이상 더 빛나리. - 異河潤(故鄕) - 4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19.04.21
향수 / 정지용 ♛ 넓은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회 돌아 나가고 얼룩 백이 황소가 해설 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 섶 이슬에 함추럼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19.03.08
보리 피리 / 한하운 ♛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인간의 세계)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기산하(放浪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피ㄹ 닐니리 - 한하운(보리피리) - 2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19.02.06
사친 / 신사임당 ♛ 산이 겹친 내 고향은 천리연마는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 한 송정 가에는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위로 흩어졌다 모이고 깃 배들은 바다위로 오고가리니 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가 색동옷 입고앉아 바느질 할꼬 - 신 사임당(思親) - 1 애송시모음/☆ 근. 현대 시 201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