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죽음
먼저 죽음부터 시작하자. 죽음을 알아야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마지막이나 끝으로 생각하면서 죽음을 금기시(禁忌視)한다. 그러나 이것은 죽음에 대한 무지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죽음에 대한 무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반드시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에게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변화와 이주(移住)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을 찬미하고 죽음을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고 한쪽 발은 죽음에, 다른 한쪽 발은 삶에 담그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죽음은, 죽는 일 또는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이고, 의학적인 죽음은, 우리 몸의 호흡· 맥박· 뇌파가 정지하는 것으로, 이때 의사들은 죽음을 선언한다. 죽음이 있기에 태어남이 있고, 태어남이 있기에 죽음이 있다. 태어남은 죽음으로 향하고 죽음은 태어남으로 향하며, 삶은 죽음을 전제(前提)로 하고 죽음은 삶을 전제로 한다. 이처럼 삶과 죽음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든 모르든 죽음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매 순간마다 우리의 삶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을 금기시하면서 단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금기를 넘어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여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본질적으로 죽음이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삶이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이듯, 죽음 또한 그 변화의 일부로서 어떤 형태를 바꾸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말들은 수없이 많지만, 한 마디로 죽음은 ‘인생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해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확정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여기서는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죽음이란 어떤 것이고, 죽음은 왜 필요하며, 죽음이 없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동시에 살펴 볼 것이다.
죽음은 변화와 순환의 과정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본질적인 죽음은 없다. 죽음은 형태의 변화이고, 삶과 죽음의 순환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물 한 방울도 없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물 한 방울이 땅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만일 땅속으로 스며든다면 지하수가 되거나 식물의 탄소동화 작용 등을 돕겠지만, 그 물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또 햇빛을 받아 수증기로 변하여 하늘로 올라간다 해도,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내려오게 되니 그 물은 없어 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죽음은 생물체의 사라짐이 아니라, 변화와 순환의 과정일 뿐이다.
죽음은 하나의 이주이며, 새로운 형태의 탄생이다
우리의 육적인 몸은 죽어도 영적인 영혼은 죽지 않는다. 우리가 죽으면, 영적인 몸으로 저승에 갔다가 다시 이 세상에 다른 몸을 받아 태어나게 된다. 이는 마치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과 같고, 나뭇잎 하나를 다 갉아 먹은 벌레가 다른 잎으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 또 타던 차가 낡으면 새 차로 갈아타는 것과 같고, 옷이 낡으면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죽음은 하나의 이주(移住)이며 새로운 형태의 탄생인 것이다.
죽음은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개혁이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탄생이 있다. 죽음은 낡은 것이고 탄생은 새로움이다. 죽음을 통하여 낡은 것이 새것으로 바뀌는, 개벽(開闢)· 개혁(改革)· 혁신(革新) 또는 유신(維新)이 이루어진다. 사람을 바꾸고, 세대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 자연이 바뀌고 우주가 바뀌어 진다. 죽음은 진정한 개혁이며 낡은 것이 사라지고 새로움이 시작되는 문이다. 그런데 만일 죽음이 없다면, 진정한 개혁이나 새로움이 사라지면서 낡은 것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일이 없어진다. 모든 생물들이 한번 태어나면 영원히 살아있기 때문에, 한번 정해진 호칭은 없어지지 않고 자꾸 새로운 호칭이 덧붙여 질 것이다. 죽지 않는 아버지는,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 등 수많은 호칭들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없어지면 인간의 꿈과 희망도 따라서 없어지고, 세상은 포화상태가 되고 낡은 것들의 집합소가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설 자리조차 없어지고, 어린아이를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죽음은 휴식이며 고갈된 에너지의 보충이다
죽음은 일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일생동안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죽음을 통하여 이런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휴식과 자유를 누리게 된다. 또 우리의 육신은 에너지가 다하면 죽음을 맞이하고, 우리의 영혼도 전체와 하나 되지 않는 한 수시로 에너지의 충전이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밧데리의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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